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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로스 야노스를 울리는 저주의 휘파람 소리: 남미의 핏빛 전설, 엘 실본

by 오하81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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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넓고 황량한 평원

베네수엘라의 넓고 황량한 평원, 로스 야노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풀잎조차 숨을 죽인 듯 고요한 침묵이 감돕니다. 하지만 이 깊은 밤의 정적을 깨고 섬뜩한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질 때가 있습니다. 마치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바로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소리. 사람들은 그 소리의 주인을 "엘 실본(El Silbón)", 즉 "휘파람 부는 자"라고 부르며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로스 야노스의 밤만큼이나 어둡고 슬픈 가족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옛날 옛적, 로스 야노스의 어느 외딴 농장에 욕심 많고 버릇없는 젊은 농장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지나친 욕심과 제멋대로인 행동은 마을 사람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땀 흘려 일하는 부모님과 달리, 그는 종종 게으름을 피우며 자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부모님께 심한 말을 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잦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 소년은 갑자기 아버지에게 특별한 저녁 식사를 요구했습니다. "아버지! 오늘 저녁은 꼭 사슴 고기로 해주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로요!" 갑작스러운 아들의 요구에 아버지는 당황했습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에게 사냥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아, 아버지는 사냥을 잘 못 한다. 다른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줄 수는 없겠니?"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소년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무능력하세요!

"뭐라고요? 아버지가 사냥도 못 하신다고요? 그럼 제가 먹고 싶은 사슴 고기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아버지는 정말 무능력하세요!" 소년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의 분노는 마치 불씨처럼 순식간에 커져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격렬한 반응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소년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년은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부엌에 있던 칼을 들고 아버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제가 원하는 걸 못 먹잖아요! 아버지는 정말 싫어요!" 격분한 소년은 칼로 아버지를 해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입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고, 결국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소년의 잘못된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쓰러진 아버지에게 더욱 끔찍한 행동을 저질렀습니다. 그의 손에는 붉은 피가 묻어났고, 방 안은 순식간에 무거운 침묵과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얼마 후, 소년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어머니에게 알렸습니다. 아들의 끔찍한 이야기에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에 어머니는 슬픔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네가…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네 손으로 네 아버지를…!"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아팠고, 아들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 뒤섞였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은 결국 소년의 할아버지에게도 전해졌습니다. 손자의 믿을 수 없는 행동에 할아버지는 깊은 슬픔과 함께 엄청난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손자에게 마땅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둥에 묶인 엘 실

소년은 붙잡혀 들판 한가운데 있는 기둥에 묶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매서운 채찍으로 소년의 등을 여러 차례 내리쳤습니다. 매질이 끝난 후에는 소년의 상처에 따끔한 소금물을 뿌려 고통을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는 굶주린 개 두 마리를 풀어 소년을 쫓아가도록 했습니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두 마리의 사나운 개는 끈질기게 그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가 마을에서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 할아버지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마지막 저주를 내뱉었습니다. "너는 이제 영원히 이 땅을 떠돌아다닐 것이다! 네 아버지의 뼈를 등에 짊어지고, 네가 저지른 잘못을 영원히 후회하면서! 그리고 밤마다, 너의 슬픈 휘파람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며 너의 존재를 알릴 것이다!"

 

그 순간부터 젊은 농장 소년은 인간이 아닌 존재, 엘 실본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뼈를 자루에 담아 등에 짊어지고 로스 야노스의 넓은 평원을 끝없이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면 그의 입에서는 구슬프고 으스스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슬픈 노래처럼, 때로는 날카로운 외침처럼 들리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불안감을 심었습니다.

엘 실본의 휘파람 소리는 기묘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들릴 때는 그가 멀리 있는 것이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릴 때는 바로 곁에 다가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밤에 그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더욱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주받은 영혼이 된 엘 실본은 밤마다 로스 야노스를 배회하며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는 특히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한 사람들을 발견하면 나타나 괴롭혔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뼈 자루는 점점 더 무거워져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엘 실본의 슬픔과 분노는 특정한 대상에게만 향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혹은 과거의 슬픈 기억에 사로잡혀 무고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앞에서는 누구도 완전히 안전할 수 없었습니다. 밤의 침묵을 깨는 그의 으스스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가 지나가기만을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오늘날에도 베네수엘라의 로스 야노스에서는 밤이 되면 엘 실본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재빨리 집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그의 슬픈 영혼이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혹시 당신이 밤길을 걷다가 슬프고 기묘한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된다면, 부디 조심하십시오. 당신의 등 뒤에 엘 실본이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휘파람 소리는 영원히 당신의 귓가에 맴돌며 잊을 수 없는 슬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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