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왕과 아쉬메다이에 관한 이야기는 서기 5세기에 편집된 바빌로니아 탈무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고대 우화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교만과 망상, 세상의 덧없음, 그리고 고통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탈무드는 500-600년경 유대교 학자들이 집대성한 유대교 법과 전통에 대한 방대한 주석서입니다.
성전 건축과 샤미르의 필요성
이스라엘의 왕인 솔로몬은 하느님의 명에 따라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성전은 평화의 상징이어야 했기에, 살상 무기의 재료인 철을 사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었습니다. 이에 솔로몬은 도끼나 끌과 같은 철제 도구 없이 거대한 돌을 다듬고 옮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현명한 왕의 측근들과 랍비들이 모여 고심하던 중, 큰 돌 조각을 조각할 수 있는 신비한 존재인 샤미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샤미르는 돌이나 철, 심지어 다이아몬드까지 자르거나 녹일 수 있는 마법의 벌레 또는 물질로, 모세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샤미르를 찾기 위한 솔로몬의 계략
샤미르를 찾기 위해 솔로몬 왕은 여자 마귀와 남자 마귀를 궁궐로 불러들여 샤미르의 행방을 캐물었습니다. 마귀들은 입을 모아 샤미르를 얻기 위해서는 악마의 왕인 아쉬메다이(아스모데우스)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쉬메다이야말로 샤미르의 위치에 대한 모든 지식을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쉬메다이는 루시퍼 휘하의 지옥의 왕 중 하나로, 도박과 정욕을 부추기는 악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솔로몬은 왕의 충실한 부관인 베나야후를 신성한 이름이 새겨진 사슬과 솔로몬의 이름이 새겨진 마법 반지로 무장시켜 아쉬메다이를 포획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아쉬메다이는 깊은 웅덩이 속에서 토라를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베나야후는 그를 포획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베니야후는 기발한 계략을 생각해 냈습니다. 아쉬메다이가 평소 마시던 웅덩이 물 대신 포도주를 가득 채우고 숨어서 지켜본 것입니다. 목마름에 지친 아쉬메다이는 결국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게 되었고, 그 틈을 타 베니야후는 사슬을 던져 아쉬메다이를 포획하는 데 성공합니다. 깨어난 아쉬메다이에게 베니야후는 솔로몬의 권능을 상징하는 반지와 사슬을 보여주며 그를 예루살렘으로 끌고 갑니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과 아쉬메다이의 기행
솔로몬의 왕국으로 향하는 길에서 아쉬메다이는 흥미로운 행동들을 보입니다. 길을 잃은 장님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술 취한 사람을 도와 길을 찾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러나 즐거운 결혼 행렬을 보고는 슬피 울기 시작했는데, 이는 신랑이 30일 안에 죽을 운명임을 예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7년 동안 신을 신발을 구두 수선공에게 주문하는 남자를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는데, 이는 그의 남은 수명이 7일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잃어버린 빵을 찾는 점쟁이를 보고도 웃었는데, 그 이유는 점쟁이가 앉아 있는 상자 안에 귀한 왕의 보물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의 왕국으로 향하는 길에, 아쉬메다이는 길을 잃은 장님을 발견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고, 술에 취한 사람이 길을 잃은 것을 보고 올바르게 가도록 도와줬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결혼 행렬이 즐겁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냐고 베니야후가 물었고, 아쉬메다이는 남편이 30일 안에 죽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남자가 구두 수선공에게 7년 동안 신을 수 있는 신발 한 켤레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쉬메다이는 웃기 시작했습니다. 베니야후는 다시 왜 웃냐고 물었고, 살날이 7일도 없는데 7년 동안 신을 신발을 원한다고 하니 웃기다고 하였습니다. 아쉬메다이는 잃어버린 빵을 위해 점을 치는 점쟁이를 보고도 웃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베니야후는 질문했고, 자신이 앉아 있는 상자에는 왕의 보물이 있는데, 점쟁이가 그 밑에 있는 것을 점쳤어야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침내 베니야후는 아쉬메다이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돌아왔고, 솔로몬은 샤미르를 얻어 성전 건축을 시작합니다. 성전이 완성될 때까지 솔로몬은 아쉬메다이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성전이 완공된 날, 솔로몬은 아쉬메다이에게 자신의 힘과 지혜를 자랑하며 누가 더 위대한지 묻습니다.
"너는 코뿔소의 위엄과 같은 힘을 가졌다고 하는데 코뿔소는 악마를 의미한다.
하나님의 위대한 힘과 비교하면, 네가 나은 것이 뭐가 있느냐?"
아쉬메다이는 자유를 조건으로 자신이 더 나은 존재임을 증명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아쉬메다이이 대답했습니다.
"나에게서 사슬을 제거하고 당신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를 주십시오.
내가 당신에게 내가 더 나은 점을 설명하는데 보여주도록 필요합니다".
솔로몬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이는 곧 그의 파멸을 불러오는 선택이었습니다. 아쉬메다이는 솔로몬을 속여 왕좌를 빼앗고,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왕국을 다스립니다. 진정한 솔로몬은 왕국에서 쫓겨나 거지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아쉬메다이의 속임수가 결국 발각되어 솔로몬이 다시 왕위를 되찾는다는 이야기와, 아쉬메다이가 왕으로 남고 솔로몬은 죽을 때까지 거지로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탈무드의 이 우화는 세상의 덧없는 본질과 인간의 무지, 그리고 권력에 대한 욕망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솔로몬 왕조차 자신의 지혜와 권능을 과신하다가 결국 악마에게 속아 몰락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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