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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아난시 (Anansi) 이야기: 꾀로 이야기를 얻은 거미 신

by 오하81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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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세상은 아직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슬픔과 기쁨,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 감정들을 풀어낼 이야기가 없었기에 마음은 늘 어딘가 텅 빈 듯했습니다. 그 시대에 아난시는 사람이자 거미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는 인간 세상에 살면서 늘 인간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영리한 꾀를 궁리했습니다. 어느 날, 아난시는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마을 광장에서 사람들이 시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습니다.

 

아난시는 인간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인간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줄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높고 푸른 하늘 위에 사는 창조신 니아메(Nyame)에게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니아메는 세상의 모든 지혜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신이었으니까요. 아난시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높고 험준한 산을 넘어, 마침내 니아메의 영광스러운 궁전에 도착했습니다.

 

니아메 앞에 무릎을 꿇은 아난시는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존경하는 니아메 신이시여, 인간들은 이야기가 없어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부디 인간들에게 이야기를 내려주셔서 그들의 삶에 기쁨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니아메는 아난시의 청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쉽게 이야기를 내어줄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난시야, 내가 가진 이야기는 매우 귀중한 것이다.

공짜로 줄 수는 없으니, 네가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가져온다면 이야기를 주겠다."

 

니아메는 아난시에게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1. 살아있는 말벌 떼를 단 한 병에 담아 가져오라. 윙윙거리는 날갯짓과 날카로운 침을 가진 성난 말벌들을 어떻게 병에 담을 수 있을까요?
  2. 무시무시한 뱀, 오니에바를 산 채로 덩굴 끈으로 묶어 가져오라. 몸을 칭칭 감고 독니를 드러내는 거대한 뱀을 어떻게 묶을 수 있을까요?
  3. 무시무시한 표범, 오세보를 산 채로 밧줄로 묶어 가져오라. 날카로운 발톱과 강력한 힘을 가진 사나운 표범을 어떻게 밧줄로 묶을 수 있을까요?

아난시는 니아메의 조건을 듣고 잠시 망설였지만, 인간들을 위해 용기를 내어 과제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지혜로운 아내 아소(Aso)에게 돌아가 이 어려운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소는 남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잠시 후, 아소는 빙긋 웃으며 아난시에게 속삭였습니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꾀가 있잖아요."

 

아소는 아난시에게 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꾀를 알려주었습니다.

 

첫 번째 과제, 말벌 잡기. 아난시는 아소가 알려준 대로 큰 물 항아리를 준비했습니다. 그는 항아리에 달콤한 꿀물을 조금 담고, 말벌 둥지가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윙윙거리는 말벌 떼 앞에서 아난시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얘들아, 내가 쏜 돌이 너희 집보다 작은지 큰지 한번 겨뤄볼까? 누가 더 강한지 보자!"

 

호기심 많은 말벌들은 꿀 냄새에 이끌려 항아리 안으로 웅성거리며 날아 들어갔습니다. 아난시는 재빨리 항아리 입구를 막아 말벌 떼를 안전하게 사로잡았습니다.

 

두 번째 과제, 뱀 잡기. 아난시는 길고 튼튼한 막대기와 질긴 덩굴 끈을 준비했습니다. 뱀 오니에바가 사는 숲 속으로 찾아간 아난시는 막대기를 땅에 내려놓고 뱀에게 능글맞게 말을 걸었습니다.

 

"오, 뱀 오니에바여! 내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긴 것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이 막대기와 당신 중 누가 더 긴지 도저히 모르겠소! 한번 겨뤄보는 게 어떻겠소?"

 

뱀은 자신의 긴 몸을 뽐내고 싶어 아난시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뱀은 막대기 옆에 몸을 길게 늘어뜨렸고, 아난시는 재빠르게 뱀의 몸과 막대기를 덩굴 끈으로 칭칭 묶어 꼼짝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과제, 표범 잡기. 마지막으로 아난시는 깊고 튼튼한 구덩이를 파고, 그 위를 나뭇가지와 풀잎으로 감쪽같이 덮었습니다. 표범 오세보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함정을 판 아난시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습니다. 으르렁거리는 표범이 나타나자, 아난시는 짐짓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저기, 오세보!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춤을 개발했는데,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 이 구덩이 안에서 춤추면 정말 근사할 텐데, 한번 구경해 보겠나?"

 

표범은 아난시를 얕보며 함정인 줄도 모르고 구덩이 속으로 성큼 뛰어들었습니다. 아난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덮개를 치워 표범을 꼼짝없이 가두었습니다.

 

아난시는 아소의 지혜 덕분에 세 가지 어려운 과제를 모두 꾀로 해결하고 니아메에게 당당하게 돌아갔습니다. 니아메는 아난시의 놀라운 지혜와 용기에 감탄했습니다. 약속대로 니아메는 하늘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아난시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난시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니아메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아난시는 거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집집마다 거미줄을 치고 다니며 세상에 이야기를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아난시가 가져온 이야기 덕분에 슬픔을 잊고 웃음을 되찾았으며, 지혜와 지식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난시 이야기는 아프리카 서부, 특히 가나의 아샨티족 문화에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난시는 단순한 거미가 아니라, 지혜, 꾀, 창의력, 그리고 이야기의 힘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영웅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오며 오늘날까지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삶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아난시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꾀와 지혜를 발휘하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아난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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