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 맑고 시원한 강이 흐르는 곳에 캇파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이 캇파는 다른 캇파들보다 조금 더 특별했는데, 바로 오이를 향한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에요.
봄이 되면 캇파는 강가 텃밭에 몰래 숨어들어 오이 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렸어요. 여름 햇살 아래 오이가 쑥쑥 자라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캇파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죠. 잘 익은 오이를 한 입 베어 물면, 그 시원하고 아삭한 맛에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어요. 캇파에게 오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어요. 마치 삶의 기쁨이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과 같은 존재였죠.
마을 사람들은 캇파가 오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캇파를 만나면 장난을 치는 대신, 오히려 잘 익은 오이를 선물하곤 했답니다. 오이를 받은 캇파는 뛸 듯이 기뻐하며 감사의 표시로 물고기를 잡아주거나, 물길을 정리해 주는 등 마을 사람들을 도왔어요. 캇파는 오이로 시작된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인간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갔죠.
하지만 세상에는 심술궂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기 마련이에요. 마을에 새로 이사 온 한 젊은이는 캇파가 오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얄궂은 장난을 칠 생각을 했어요. 어느 날, 젊은이는 텃밭에서 몰래 오이 몇 개를 훔쳐 캇파가 자주 나타나는 강가로 갔어요.
캇파가 나타나자 젊은이는 오이를 흔들며 캇파를 약 올리기 시작했어요.
"캇파야, 이 오이 맛있겠지? 하지만 너한테는 절대 안 줄 거야!"
젊은이는 오이를 코앞에서 흔들다가 잽싸게 빼앗고, 캇파를 비웃으며 도망쳤어요.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젊은이는 점점 더 심하게 캇파를 괴롭혔어요. 매일 오이를 훔쳐 캇파 앞에서 먹어 치우거나, 오이를 던지며 캇파를 놀리는 것을 즐겼죠. 캇파는 처음에는 화를 꾹 참았지만, 젊은이의 악행이 계속되자 점점 분노에 휩싸였어요.
특히 어느 날, 젊은이가 캇파가 가장 아끼는, 텃밭에서 몰래 키우던 황금빛 오이를 짓밟아 버리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캇파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어요. 오이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만큼, 배신감과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컸죠.
그날 밤, 캇파는 복수를 결심했어요. 캄캄한 밤, 젊은이의 집으로 몰래 숨어든 캇파는 젊은이가 아끼는 물건들을 훔쳐 강물에 던져 버렸어요.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죠. 캇파의 복수심은 점점 더 커져갔고, 마침내 캇파는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복수, 바로 간을 빼앗는 복수를 계획했어요.
다음 날 밤, 캇파는 젊은이가 밤늦게 강가를 지나가는 길목에서 기다렸어요.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캇파는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젊은이를 덮쳤어요. 젊은이는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려 했지만, 캇파는 재빠르게 젊은이를 덮쳐 스모 기술로 꼼짝 못 하게 만들었어요.
"네 녀석, 내 소중한 오이를 짓밟고 나를 괴롭혔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캇파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치며 젊은이의 간을 빼앗으려 했어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젊은이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캇파는 보았어요. 젊은이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캇파에게 용서를 빌었어요.
"캇파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 제발 용서해 줘."
젊은이의 눈물을 본 캇파는 마음이 흔들렸어요. 젊은이의 눈물 속에서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캇파는 복수를 멈추고 젊은이를 가만히 놓아주었어요.
"이번 한 번만 용서하겠다. 하지만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그리고 앞으로는 오이를 함부로 대하지 마!"
캇파는 엄하게 경고하며 젊은이를 놓아주었어요.
젊은이는 캇파에게 깊이 사죄하고, 그 후로는 캇파는 물론이고 모든 요괴를 존중하며 살았다고 해요. 캇파 역시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하면서, 인간과 요괴 사이의 깊은 갈등을 끝내고 다시 평화로운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답니다.
이 캇파 설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캇파의 오이 사랑은 소중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캇파의 복수는 함부로 남을 괴롭히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그리고 캇파의 용서는 진정한 용서는 미움과 갈등을 치유하고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오늘날에도 캇파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존중하며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갓파(かっぱ)
갓파는 일본의 요괴입니다. 갓파의 외관은 아이와 같은 영장류이며, 머리의 정수리 부분에는 접시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 접시는 평평한 원형이고, 물이 고여 있습니다. 중요한것은 이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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