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신들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대에, 인간들은 땅 위에서 번성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이 너무 많아지고 시끄러워지자, 하늘의 신 엔릴을 비롯한 높은 신들은 인간들의 소란스러움에 짜증이 났습니다.
"이 시끄러운 인간들을 싹 쓸어버려야겠다!"
엔릴은 화가 나서 다른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신들은 회의를 열고 인간들을 멸망시킬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신들은 세상을 온통 물로 덮어버리는 대홍수를 일으키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신 엔키는 인간들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엔키는 인간들에게 홍수가 닥칠 것을 알려주고 살아남을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엔키는 자신의 충실한 사제이자 왕인 지우수드라에게 몰래 다가가 속삭였습니다.
"지우수드라여, 들어라! 신들이 인간들을 멸망시키려고 대홍수를 일으킬 것이다.
너는 큰 배를 만들어라. 그리고 그 배에 너의 가족과 모든 생물의 씨앗을 실어라.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우수드라는 깜짝 놀랐지만, 엔키 신의 말을 믿고 열심히 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지우수드라를 비웃었지만, 그는 묵묵히 배를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배가 완성되자, 지우수드라는 가족과 동물들을 배에 태우고 문을 굳게 닫았습니다.
그날 밤, 하늘에서 엄청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번개가 번쩍였습니다. 강물은 넘쳐 흐르고, 바닷물은 솟아올랐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7일 밤낮으로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세상은 온통 물에 잠기고, 인간과 동물들은 모두 물에 휩쓸려 사라졌습니다.
오직 지우수드라의 방주만이 거친 물결 속에서 떠다녔습니다. 7일 후, 드디어 비가 그치고 물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우수드라는 방주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세상은 황량하고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방주 안에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이 남아있었습니다.
지우수드라는 방주에서 나와 신들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렸습니다. 신들은 인간들을 멸망시킨 것을 후회하며 지우수드라를 가엾게 여겼습니다. 특히 지혜의 신 엔키는 엔릴 신을 설득하여 지우수드라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로 했습니다.
신들은 지우수드라를 축복하고 그를 신들이 사는 땅, 딜문으로 데려갔습니다. 지우수드라는 영원한 생명을 얻어 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방주에서 살아남은 생물들은 다시 땅 위에서 번성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갔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수메르 점토판에 기록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처럼, 옛날 사람들은 큰 홍수가 세상을 휩쓸었던 적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나라 이야기에도 영향을 주어, 비슷한 홍수 이야기가 많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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