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에 아이를 몹시 사랑하는 부부가 살았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아기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매일 밤 정성을 다해 하늘에 기도했고, 마침내 간절한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예쁜 딸아이를 얻게 되었습니다.
부부는 늦둥이 딸을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하며 키웠습니다. 아이는 햇살처럼 밝고 꽃처럼 아름답게 자라났습니다. 어느덧 아이가 5살이 되던 해,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밤마다 묘한 새 울음소리가 들리고, 어린아이들이 홀연히 사라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밤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숨을 죽였습니다. 부부 역시 밤이 되면 딸아이를 품에 꼭 안고 밤새도록 잠 못 이루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부부는 여느 때처럼 잠자리에 들었지만, 자꾸만 밖에서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꾀꼬리도 아니고, 까치도 아닌 것이… 참으로 묘한 울음소리구려."
남편은 불안한 마음에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밤하늘 아래, 검은 그림자가 날갯짓하며 마을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저 새…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려."
남편은 다시 창문을 굳게 닫고 아내와 딸아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그날 밤은 유난히 길고 춥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부부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밤새도록 품에 안고 잤던 딸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집 안 곳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아아… 우리 딸… 우리 딸이 없어졌어!"
아내는 울부짖으며 절망했고, 남편은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았습니다. 부부는 마을 사람들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했지만, 누구도 사라진 아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들려오던 묘한 새 울음소리와 사라진 아이들을 떠올리며, 그것이 요괴 고획조의 짓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절망에 빠진 부부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노인을 찾아갔습니다. 노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노인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고획조… 밤에 나타나 아이를 훔쳐 가는 요괴로구나.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고획조는 본래 하늘의 선녀였으나, 인간과의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 바람에 벌을 받아 새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하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사무쳐 인간 아이를 훔쳐 간다고 하지."
노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부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고획조를 피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네.
첫째, 밤에는 아이를 절대로 밖에 두지 말게.
둘째, 아이의 옷에 붉은 실이나 부적을 달아 액운을 막게.
셋째, 밤에 개가 짖으면 고획조가 무서워 도망갈 것이니, 개를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될 걸세."
노인의 말을 들은 부부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부는 노인이 알려준 방법들을 꼼꼼히 따랐습니다. 밤에는 아이를 방 깊숙이 숨기고, 붉은 실로 만든 부적을 아이 옷에 달아주었으며, 튼튼한 개를 구해 집 마당에 묶어두었습니다.
그 후로 며칠 밤이 지나도록 고획조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제 고획조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어느덧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빛나는 밤이 되었습니다.
그날 밤, 부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요란한 개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컹! 컹! 컹컹!"
마당에 묶어둔 개가 쉴 새 없이 짖어대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달빛 아래, 검은 그림자가 날개를 활짝 펴고 집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바로 고획조였습니다!
남편은 숨 막히는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고획조는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집 안을 엿보는 듯했습니다. 그때, 아내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소리쳤습니다.
"아 맞다! 노인께서 마지막으로 알려주신 방법이 있었지! 큰 소리를 내어 고획조를 쫓으라고 하셨어!"
아내는 잽싸게 놋쇠 쟁반과 숟가락을 들고 방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쟁반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쨍! 쨍! 쨍쨍! 쨍!"
요란한 놋쇠 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채웠습니다. 굉음에 놀란 고획조는 날갯짓하며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부부는 쉴 새 없이 쟁반을 두드렸고, 마침내 고획조는 검은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후로 고획조는 다시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잃어버렸던 딸아이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고획조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삶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밤에는 아이를 함부로 밖에 두지 말고,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줍니다. 또한, 어떠한 어려움과 위험에도 지혜와 용기를 잃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획조 이야기는, 아이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부모의 마음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전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아이를 사랑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집 창문 밖으로 묘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면, 부디 고획조 이야기가 떠올려 안전을 다시 한번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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