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신화: 이난나 여신의 지하 세계 여행

 

지하세계의 문을 여는 여신 이난나

오늘 여러분께 수메르 신화에서 가장 유명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중 하나인, 이난나 여신의 지하 세계 여행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사랑과 아름다움, 풍요와 전쟁을 다스리는 강력한 여신 이난나가 어째서 '돌아올 수 없는 땅' 지하 세계로 향하게 되었을까요? 그녀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수메르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신화에 담긴 깊은 의미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래 등장인물 소개를 먼저 읽어보시면 아래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됩니다.

 

수메르의 찬란한 도시 우룩에는, 사랑과 아름다움, 풍요와 전쟁을 다스리는 여신, 이난나가 살았습니다. 그녀는 하늘처럼 푸른 눈과 새벽 여명처럼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눈부신 존재였죠. 이난나는 신들의 여왕이자, 인간들의 숭배를 받는 강력한 여신이었지만, 그녀의 마음 한켠에는 미지의 세계, 바로 언니 에레쉬키갈이 통치하는 지하 세계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난나는 결심했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땅",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지하 세계로 내려가기로 말이죠. 어떤 이들은 이난나가 지하 세계를 탐내어 정복하려 했다고 말하지만, 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난나는 언니 에레쉬키갈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에레쉬키갈의 남편, 구갈안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이난나는, 언니를 위로하고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위험한 여정을 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하 세계는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난나는 자신의 시녀 닌슈부르를 불러 신신당부했습니다.

 

"내가 사흘 밤낮이 지나도 돌아오지 못하면, 하늘의 신 엔릴, 난나,

그리고 지혜로운 엔키 신에게 차례로 도움을 청하거라."

 

그녀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이난나는 가장 아름다운 예복을 차려 입고, 온갖 보석으로 치장했습니다. 머리에는 빛나는 왕관을 쓰고, 귀에는 화려한 귀걸이를, 목에는 영롱한 목걸이를 걸었습니다. 가슴에는 찬란한 가슴 장식을, 허리에는 힘을 상징하는 허리띠를, 팔과 발에는 금팔찌와 발찌를 착용했죠. 그녀의 화려함은 마치 태양처럼 빛났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권능, '메'(신성한 법칙, 규범, 권한, 운명, 문화적 요소, 기술, 심지어는 추상적인 개념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힘)를 상징하는 일곱 가지 장신구를 모두 갖추고 지하 세계로 향했습니다.

 

지하 세계의 입구, 일곱 개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문지기 네티가 이난나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습니다.

 

"멈춰라! 산 자는 지하 세계에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다!"

 

네티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습니다. 이난나는 당당하게 외쳤습니다.

 

"나는 여신 이난나다! 언니 에레쉬키갈을 만나러 왔다!"

 

이난나의 위엄에 눌린 네티는 서둘러 에레쉬키갈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깊은 슬픔에 잠겨 있던 에레쉬키갈은 뜻밖의 손님 소식에 당황했지만, 동생을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하 세계의 냉혹한 법도는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었습니다.

 

첫 번째 문에서 네티는 이난나의 화려한 왕관을 빼앗았습니다.

 

"지하 세계에서는 그 어떤 권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두 번째 문에서는 귀걸이를, 세 번째 문에서는 목걸이를, 네 번째 문에서는 가슴 장식을, 다섯 번째 문에서는 허리띠를, 여섯 번째 문에서는 팔찌를, 마지막 일곱 번째 문에서는 발찌를 빼앗았습니다. 각 문을 통과할 때마다 이난나의 화려함은 빛을 잃고, 권능은 약해져 갔습니다. 마침내, 이난나는 모든 장신구를 빼앗기고 벌거벗은 채로 언니 에레쉬키갈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에레쉬키갈은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눈으로 이난나를 쏘아보았습니다.

 

"감히 네가 이 '돌아올 수 없는 땅'에 발을 들이다니!

네 오만함을 심판하겠다!"

 

에레쉬키갈은 무서운 눈빛으로 이난나를 노려보았고, 그 순간 이난나는 생명을 잃고 시체로 변해버렸습니다. 지하 세계의 심판관들은 이난나의 시신을 갈고리에 매달아 어둠 속에 방치했습니다.

 

사흘 밤낮이 흘렀지만 이난나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녀 닌슈부르는 약속대로 엔릴, 난나, 엔키 신에게 차례로 달려가 이난나의 소식을 전하며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엔릴과 난나는 냉정하게 거절했습니다.

 

"지하 세계의 일은 우리 권한 밖이다."

 

절망에 빠진 닌슈부르에게 마지막 희망은 지혜의 신 엔키뿐이었습니다.

 

엔키는 닌슈부르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흙으로 두 명의 기묘한 무성생물(갈라투라(galatura) 와 쿠르가라(kurgarra)을 창조했습니다. 음식도 물도 먹지 않고, 오직 에레쉬키갈의 슬픔에 공감하며 그녀를 달랠 수 있는 존재였죠. 엔키는 이들에게 '생명의 음식'과 '물로 채워진 잔'을 주어 지하 세계로 내려가 에레쉬키갈을 설득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무성생물들은 지하 세계로 내려가 에레쉬키갈을 찾아냈습니다. 그들은 에레쉬키갈의 슬픔에 함께 울고, 그녀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슬픔에 지쳐있던 에레쉬키갈은 그들의 위로에 마음이 흔들렸고, 소원을 묻습니다. 무성생물들은 이난나에게 '삶의 음식'과 '삶의 물'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에레쉬키갈은 마지못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무성생물들은 갈고리에 매달린 이난나에게 '생명의 음식'과 '물로 채워진 잔'을 뿌렸습니다. 놀랍게도, 이난나는 다시 생명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지하 세계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한 번 죽은 자가 살아 돌아가려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만 했습니다. 이난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대신할 존재를 찾아야 했습니다. 기쁨에 찬 마음으로 지상으로 돌아온 이난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자신의 남편 두무지가 슬픔에 잠겨 있기는커녕, 화려한 옷을 입고 즐겁게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동안, 남편은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에 이난나는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결국 이난나는 두무지를 자신을 대신할 존재로 선택했습니다. 지하 세계의 악마 겔랄들이 들이닥쳐 두무지를 끌고 지하 세계로 내려갔습니다. 사랑과 풍요의 여신 이난나의 귀환은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남편을 잃은 슬픔 또한 남았습니다.

 

두무지의 누이, 게쉬틴안나는 오빠를 지하 세계에서 구해오기 위해 이난나를 간절히 설득했습니다. 결국 이난나는 게쉬틴안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두무지가 일 년의 반은 지하 세계에서,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보낼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두무지가 지하 세계에 머무는 동안, 대지는 메마르고 식물은 시들었습니다. 두무지가 지상으로 돌아오는 봄이 되면, 대지는 다시 생기를 되찾고 풍요로운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메르 신화에서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난나의 지하 세계 여행은 단순한 신화를 넘어, 삶과 죽음, 재생과 순환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여신의 강인함과 지혜, 그리고 슬픔과 분노, 사랑과 용서 등 인간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수메르 신화의 강력한 여신 이난나

이난나의 지하 세계 여행 등장인물 소개

주요 등장인물

• 이난나: 그녀는 사랑, 아름다움, 풍요, 그리고 전쟁을 다스리는 수메르의 강력한 여신입니다. 푸른 눈과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신으로, 지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언니 에레쉬키갈에 대한 위로의 마음으로 위험한 여정을 떠납니다. 여신으로서의 권능 '메'를 지녔지만, 지하 세계의 규칙 앞에서 시련을 겪으며 지혜와 끈기를 보여줍니다.
• 에레쉬키갈: 그녀는 지하 세계를 통치하는 여신이자 이난나의 언니입니다. 죽음과 어둠을 다스리는 냉정하고 무서운 여신이지만, 남편 구갈안나의 죽음에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지하 세계의 규칙을 엄격히 지키며 동생 이난나를 심판하지만, 인간적인 면모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 네티: 그는 지하 세계 일곱 개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입니다.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와 매서운 눈빛으로 지하 세계의 규칙을 철저히 따르며, 이난나의 방문을 에레쉬키갈에게 보고합니다.
• 닌슈부르: 그녀는 이난나를 헌신적으로 섬기는 시녀입니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이난나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 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충성스럽고 지혜로운 인물입니다. 엔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이난나를 구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엔키: 그는 지혜와 물을 다스리는 신으로, 수메르 신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닌슈부르의 간청을 듣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난나를 돕기 위해 나섭니다. 지혜를 발휘하여 무성생물을 창조하고, 이난나를 되살리는 데 기여합니다.
• 두무지: 그는 이난나의 남편이자 목축의 신입니다. 이난나가 지하 세계에 간 동안 슬퍼하지 않고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이난나의 분노를 사게 됩니다. 결국 이난나를 대신하여 지하 세계로 끌려가 일 년의 반을 지하에서, 반은 지상에서 보내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 게쉬틴안나: 그녀는 두무지의 누이로, 오빠를 지하 세계에서 구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합니다. 이난나에게 간청하여 두무지가 일 년 중 절반은 지상에서 지낼 수 있도록 허락받는 데 성공합니다.
• 구갈안나: 그는 에레쉬키갈의 남편이자 '하늘의 황소'로 알려진 신입니다. 이야기 시작 시점에서 이미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이난나가 지하 세계로 향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 외 언급되는 인물

• 엔릴과 난나: 이들은 수메르의 주요 신으로, 각각 폭풍과 하늘, 달을 상징합니다. 닌슈부르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며 지하 세계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수메르 신화에서 중요한 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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