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괴물은 말레이시아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괴물인 상 켈럼바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상 게뎀바이로도 불리며, 덩치가 보통 사람의 3배 정도인 6미터 이하의 못생긴 여성 거인으로 묘사됩니다. 그녀의 외모는 두꺼운 눈썹, 커다랗고 뭉툭한 코, 큰 코끼리 귀, 튀어나온 송곳니, 그리고 붉고 긴 머리카락이 특징입니다.

상 켈럼바이는 강력한 마법을 부릴 수 있으며, 특히 화가 나면 사람이나 동물을 저주하여 순식간에 돌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저주를 받은 존재는 그 자리에서 굳어져 영원히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상 켈럼바이의 무서운 힘 때문에 그녀 주변의 모든 생물은 그녀를 두려워하여 멀리 도망치기 바빴다고 전해집니다. 주로 외딴 황야, 울창한 숲, 그리고 강 근처에 서식하며, 대나무 죽순을 매우 좋아하여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죽순이 남아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대나무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을 싫어하여, 모르고 그녀의 영역에 들어온 주민들은 돌로 변하는 저주를 받았다고 합니다. 상 켈럼바이의 저주는 "숨파한 상 켈럼바이(Sumpahan Sang Kelembai)"라고 불리며, 말레이시아 전역의 특이한 모양을 가진 지질학적 암석들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됩니다.

상 켈럼바이가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가 서로를 존중하고 그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녀가 가끔 인사를 건네도 돌로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마을에 상 켈럼바이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마을의 주술사가 마을 대표로 그녀의 거주지를 방문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의 페락, 파항, 케다, 페낭 지역에는 상 켈럼바이에 대한 다양한 민담이 전해져 내려오며, 각 지역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상 켈럼바이는 원래 파항강 유역에 살았으며, 과일, 고기, 대나무 죽순, 그리고 부드러운 잎사귀 등을 먹었다고 합니다. 저주를 받아 생물을 돌로 만드는 힘을 얻기 전에는, 아이들과 놀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던 친절한 거인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음식을 주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어느 날 코끼리와 송아지에게 화를 내며 질책한 후 이 동물들이 돌로 변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힘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마을을 방문하여 요리하던 주민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불행히도 그 남자는 즉시 돌로 변해 버렸습니다. 돌로 변한 주민들을 보고 화가 난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들 역시 돌로 변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잇따라 벌어진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 상 켈럼바이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되어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상 켈럼바이가 페락 강 건너편에서 물고기 그물을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섯 마리의 코끼리가 목욕하려고 그곳으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물을 다 만든 상 켈럼바이는 물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코끼리들이 큰 소리를 내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물고기들이 모두 흩어져 버렸습니다. 이에 화가 난 상 켈럼바이는 코끼리들을 한꺼번에 돌로 만들어 버렸고, 이 돌들은 아직도 말레이시아 페라크 캄풍 아라판에 남아 있다고 전해집니다. 말레이시아 파항 지역에서 유래한 유명한 괴물이지만, 말레이시아 전역에는 그녀의 저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독특한 모양의 지질학적 암석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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