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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불멸의 쇠붙이 먹깨비, 불가사리(不可殺伊): 한국 전설 속 불가사의한 존재

by 오하81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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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이미지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괴물은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전설적인 괴물, **불가사리(不可殺伊)**입니다. 이름의 의미를 풀이해보면, **불가살(不可殺)**은 '절대 죽일 수 없는' 또는 '불(火)로만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火可殺)'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고 합니다.

 

불가사리는 한국의 수많은 괴물 중에서도 이무기, 구미호, 도깨비처럼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사랑받는 초자연적인 존재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대중 매체에서도 단역이나 괴물 캐릭터로 자주 등장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가사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날개가 달린 검은 벌레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개, 돼지, 소와 같은 가축의 모습을 섞어놓은 복합적인 생물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경복궁 교태전 후원인 아미산 굴뚝에 묘사된 괴수 중에는 코끼리를 닮은 불가사리 외에도 곰과 사자를 섞은 듯한 외모의 괴물도 있는데, 이 또한 불가사리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유행했던 소설 표지에는 미노타우로스를 닮은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묘사를 종합해보면, 불가사리의 겉모습은 여러 동물을 섞어 놓은 키메라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묘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티브는 코끼리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신라시대의 전설적인 동물인 이수약우를 불가사리의 고대종으로 보기도 합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소성왕 조에는 이수약우를 "소와 비슷한 짐승인데, 몸체는 길고 크며, 꼬리 길이가 석 자 정도 되고, 털은 없으며 코가 길다..." 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민속학자들은 불가사리가 코끼리를 모티브로 한 괴물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불가사리 이미지

중국에서는 불가사리를 **맥(貘)**이라고 부릅니다. 맥과 유사한 동물로는 맹표(猛豹), 맥표(貘豹) 등이 있습니다.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에는 다양한 종류의 초자연적인 생물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불가사리(맥)는 곰과 비슷하지만 털은 짧고 윤기가 있으며 뱀과 표범의 똥과 쇠붙이를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자 머리에 코끼리 코, 소의 꼬리를 가졌으며 흑백으로 얼룩진 모습이라고 묘사합니다. 동과 철을 먹는 맥은 똥으로 옥돌과 돌을 자를 수 있다고 하며, 맥 가죽을 깔고 자면 급성 열성 전염병을 피하고, 그림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불가사리는 철을 매우 좋아하고 즐겨 먹기 때문에 몸이 매우 단단하고 털은 바늘처럼 뾰족하다고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쇠를 먹을수록 몸이 점점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성장한 불가사리는 돌로 만든 건축물조차 손쉽게 파괴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것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튼튼한 육체를 지니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절대 죽일 수 없는 생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불가사리의 유일한 약점은 불과 스님의 설법이라고 합니다. 불로 불가사리를 퇴치하거나, 스님의 설법을 들으면 죽는다고 전해집니다.

 

흥미로운 설화에 따르면, 불가사리는 불에 닿아도 죽지 않고 오히려 불의 기운을 흡수하여 연기와 함께 불을 뿜는 더욱 강력한 괴수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목조 건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쇠는 불과 상극이라는 믿음에 따라 건축물 지붕에 불가사리 문양을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아미산 굴뚝 불가사리 토기 모양(왼쪽) 불가사리 벽 조각(오른쪽)

 

불가사리가 등장하는 전승은 약 20여 개에 달하며, 대부분 탁발하던 승려가 밥알을 뭉쳐 불가사리라는 생명이 있는 쌀 인형을 만들어 집주인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민간 설화에서는 자식이 없는 노부부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쌀로 만든 인형이 불가사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쌀로 빚어 만든 작은 불가사리는 무척 귀여웠고, 노부부는 이 생물을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바늘을 먹기 시작했지만, 점차 젓가락, 숟가락, 가위 같은 집안의 쇠붙이를 먹어 치우더니, 나중에는 호미, 괭이, 솥과 같은 큰 쇠붙이까지 닥치는 대로 먹고 쑥쑥 자라났습니다. 결국 불가사리는 온 나라의 쇠붙이를 먹어 거대한 괴수가 되었고, 걷잡을 수 없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라의 병졸들이 출동하여 불가사리를 잡으려 했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불가사리는 죽지 않았습니다. 결국 노부부나 승려가 다시 나타나 불가사리의 약점을 이용하여 퇴치했다는 이야기, 혹은 오랑캐나 해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그들의 무기를 먹어 치워 마을 사람들을 도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현대의 불가사리 이미지(왼쪽) 민화에 나온 불가사리(오른쪽)


"송도 말년 불가사리"라는 속담은 무능하고 포악한 자를 빗대거나,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보이는 불길한 징조를 이야기할 때 사용됩니다. 불가사리는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을 반영하는 괴물입니다. 주식이 쇠붙이라는 점에서 전란으로 고통받던 당시 백성들의 고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영화 <불가사리> (1996) 와 같이 민족 영웅적인 면모가 강조되기도 하며, 다양한 매체에서 한국적인 괴물 캐릭터로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신화에 나타난 상상속의 동물열전 괴물의 원조 불가사리 不可殺伊
나무위키 불가사리(전설의 동물) || 이수약우
문화포털 전통문양 경복궁 아미산 굴뚝(78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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