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신라 시대에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고운 심성을 자랑하는 도화녀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신라의 임금님이신 진지왕은 도화녀의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되어 그녀를 가까이 두고 싶어 했지만, 도화녀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몸이라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왕의 마음은 안타까웠지만, 도화녀의 굳건한 절개에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진지왕은 왕위에서 물러나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에는 도화녀의 남편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홀로 남은 도화녀는 슬픔 속에 지냈는데, 남편이 죽은 지 열흘쯤 되었을까요? 꿈에서나 보던 진지왕의 혼령이 신기하게도 도화녀의 방에 나타나 무려 7일 동안이나 함께 머물렀다고 합니다.
7일 후, 왕의 혼령은 사라지고, 도화녀는 이후 특별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코가 유난히 컸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비형'이라고 불렀습니다. 바로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비형랑의 탄생이었죠.
이 특별한 아이, 비형랑의 소문은 곧 임금님의 귀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진평왕은 비형랑의 신기한 탄생 이야기에 놀라 그를 궁으로 데려와 귀하게 길렀습니다. 비형랑은 궁에서 무럭무럭 자라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는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는 집사라는 벼슬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형랑에게는 남다른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밤마다 궁궐의 담을 넘어 서쪽 황천강 언덕으로 가서 귀신들과 어울려 놀았다는 것입니다! 👻 밤이 되면 온갖 귀신들이 비형랑을 찾아와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어느 날, 진평왕은 비형랑에게 "네가 귀신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백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큰 다리를 하나 놓아주겠느냐?" 하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비형랑은 그날 밤, 자신이 거느리는 귀신들을 불러 모아 일을 시켰습니다. 놀랍게도 밤새도록 귀신들이 뚝딱뚝딱 다리를 놓기 시작하더니, 해가 뜰 무렵에는 튼튼하고 웅장한 다리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귀신이 놓은 다리'라는 뜻으로 '귀교(鬼橋)'라고 불렀답니다.
비형랑이 이렇게 귀신들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은 놀라운 효험을 보았다고 합니다. 밤에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귀신이나 잡귀가 나타날 때, 비형랑의 이름만 크게 외치거나 종이에 '비형랑'이라고 써 붙여 놓으면 귀신들이 깜짝 놀라 도망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이처럼 신비로운 탄생과 특별한 능력으로 백성들을 돕고 악귀를 쫓았던 비형랑 이야기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며 아름다운 우리 설화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신라 시대의 흥미로운 인물, 비형랑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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