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신화 속 존재는 웨일스 신화와 민담에 나오는 쿤 아눈입니다. 쿤 아눈은 웨일스 신화의 지하 세계(아눈)의 암흑 왕인 그윈압누드(누드의 아들 그윈)의 정령 사냥개, 또는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영혼의 호위자로 여겨졌습니다. 아눈은 질병이 없고, 식량이 항상 풍부하며 영원한 젊음과 기쁨이 넘치는 낙원과 같은 곳으로 여겨졌으며, 기독교의 천국과 동일시되기도 했습니다.
신화에서 이 괴물은 피로 덮인 붉은 귀를 가진 크고 하얀 사냥개 4마리가 한 그룹으로 묘사됩니다. 악한 정도에 따라 묘사가 약간 다른데, 사악한 종류로는 검은색에 거대한 붉은 반점이 있는 매우 흉측한 모습, 잉크가 튄 것처럼 큰 검은 반점이 있는 붉은 몸, 심지어 용암 같은 눈을 가졌으며 피처럼 붉은색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 등으로 나타납니다. '쿤 아눈'은 웨일스어로 '아눈의 개들'이라는 뜻이며, '지옥의 사냥개'라고도 불립니다.
이 하얀 정령 사냥개는 죽은 사람과 곧 죽을 사람들을 보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냥개들의 짖는 소리와 애절한 울부짖음을 듣는 것은 웨일스 신화에서 요정 왕인 그윈압누드가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러 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쿤 아눈의 짖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죽음이 임박했으며 그 운명은 피할 수 없다는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쿤 아눈은 1년 중 특정한 밤, 즉 웨일스 달력 기준으로 성 요한의 날 이브, 성 마틴의 날 이브, 성 미카엘 대천사의 날 이브, 모든 성인의 날 이브, 크리스마스, 새해, 성 아그네스의 날, 성 다비드의 날, 성금요일, 그리고 가을 절기에 무리를 지어 웨일스 시골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사냥개 소리는 멀리서는 더 크게 들리다가, 목표물에 가까워지면 으르렁거리는 울부짖음 소리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쿤 아눈은 충성, 인도, 사냥, 죽음, 그리고 초자연적인 존재와 관련이 있으며, 흰색과 빨간색의 모습은 악에 대한 복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쿤 아눈의 주인인 그윈압누드는 무고한 사람이 아닌 악의적인 범죄자를 사냥한다고 전해집니다. 그윈압누드는 '안개 속의 흰 아들'이라는 뜻으로, 황야의 브리튼 전사-사냥꾼 신이자 아눈의 통치자로 죽은 자들의 영혼을 모아 아눈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비노기는 웨일스 신화에 나오는 네 편의 이야기 모음집으로, 그중 1부작은 더베드의 왕자 프윌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프윌은 사냥을 하던 중 실수로 아눈, 즉 웨일스 저승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눈의 왕 아라온을 만난 프윌은 자신이 사냥했던 사슴을 쓰러뜨린 흰색 사냥개, 즉 쿤 아눈을 목격하게 됩니다. 붉은 귀를 가진 그 흰색 사냥개들이 사슴을 잡아먹는 것을 본 프윌은 자신의 사냥개들을 시켜 쫓아냅니다. 나중에 그 사냥개들이 아눈의 왕 아라온의 소유물임을 알게 된 프윌에게 아라온은 자신의 사냥감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1년 1일 동안 아라온의 모습으로 아눈을 다스리고, 자신의 숙적인 하프간을 물리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프윌은 아라온의 숙적 하프간을 물리치고 1년 동안 아눈을 정의롭게 다스렸으며 아라온의 아내를 건드리지 않았기에 아라온의 깊은 우정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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