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신화 속 예언과 치유의 길조, 칼라드리우스(Caladrius)

칼라드리우스

새는 예로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징조와 상징의 매개체로 여겨져 왔습니다. 로마 건국 신화의 점성술부터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새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신비로운 존재는 중세 신화에 등장하는 특별한 새, 칼라드리우스입니다.

 

칼라드리우스는 순수한 흰색, 마치 백옥과 같은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비둘기나 갈매기와 비슷한 새로 묘사됩니다. 이 특별한 새는 예언의 능력과 놀라운 치유력을 가진 배설물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왕의 궁정에 주로 머물렀다고 합니다. 칼라드리우스는 환자를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가 살지 죽을지 예언할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병든 환자의 머리맡에 칼라드리우스를 놓았을 때, 이 신비한 새가 환자를 외면하면 그 환자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반대로, 칼라드리우스가 환자를 바라보며 시선을 고정하면 환자는 놀랍게도 병에서 완쾌된다고 여겼습니다.

새의 시선을 통해 환자의 질병이 칼라드리우스에게 옮겨가고, 칼라드리우스는 그 질병을 품고 태양을 향해 날아가 병을 태워 없앤다고 합니다. 또한, 칼라드리우스의 배설물은 심지어 장님의 눈을 뜨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믿어졌으며, 때로는 칼라드리우스의 넓적다리뼈조차 배설물과 같은 치료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칼라드리우스'라는 이름은 중세 라틴어 'caladrius'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비잔틴 그리스어와 고대 그리스어를 거쳐온 단어입니다.

 

아픈 왕과 칼라드리우스

이처럼 신의 치유 능력과 같은 힘을 가진 칼라드리우스는 중세 시대에 수컷 동물로서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비유되기도 했습니다. 죽어가는 자와 그가 고칠 자들을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는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중세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병자의 질병을 소멸시키는 능력은 인류에 대한 그리스도의 구원을 상징했으며, 칼라드리우스가 태양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그리스도가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을 반영한다고 여겼습니다. 순백의 깃털 색깔 덕분에 칼라드리우스는 그리스도처럼 흠 없고 죄 없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환자를 응시하는 칼라드리우스

칼라드리우스가 신화 속에서 그리스도와 같이 비유되기 이전에도, 이 새는 여러 고대 문헌에 등장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작가들은 칼라드리우스를 동굴에 사는 새 또는 물새로 다양하게 묘사했습니다. 고대 인도 경전 아타르바베다에서는 황달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진 새로 나타나며, 성경 구약 레위기와 신명기에서는 칼라드리우스가 인간이 먹어서는 안 되는 부정한 동물 목록에 포함됩니다. 특히 레위기 11장 19절과 신명기 14장 18절에서 '아나파'라는 이름의 부정한 새로 언급된 새가 칼라드리우스와 동일시되기도 합니다.

알렉산더 대왕과 칼라드리우스

현대 학자들은 칼라드리우스의 기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칼라드리우스의 실제 존재보다는 기독교적 가르침과 도덕성을 전달하는 능력에 더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파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칼라드리우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중세 역사에도 등장하는데, 알렉산더 대왕이 동쪽으로 여행하는 동안 만난 경이로운 새들 중 하나로 소개됩니다. 순백의 새로 묘사된 이전의 기록들과 달리 알렉산더 필사본에 있는 칼라드리우스는 황갈색 또는 황색 깃털을 가진 모습으로 자주 그려집니다.

 

15세기 이후 칼라드리우스에 대한 언급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질병 진단 및 치유와의 명확한 연관성 덕분에 의학의 이상적인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칼라드리우스는 남아프리카 의과 대학, 남아프리카 의과 및 치과 위원회, 그리고 와이트섬 보건 당국의 문장에 포함될 정도로 긍정적이고 신성한 새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문장에서 의학적으로 중요한 새가 사용된 초기 사례로 여겨집니다.

아픈 소년을 위로하는 칼라드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