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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외로운 그림자, 뫼르쾨(Mörkö): 핀란드 신화 속 차가운 방랑자

by 오하81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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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쾨 이미지

많은 괴물을 소개해 드리면서, 때로는 중립적이거나 인간에게 우호적인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핀란드에서 '뫼르쾨(Mörkö)'라고 불리는 특별한 존재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핀란드에서 뫼르쾨는 차갑게 응시하는 두 눈, 넓고 반짝이는 하얀 이빨, 그리고 거대한 천을 쓴 유령 같은 모습으로 묘사되는 거대한 괴물입니다.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나 차가워서 핀란드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두려움을 심어주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뫼르쾨가 땅을 걸을 때면 얼음과 눈의 흔적을 남기며, 지나가는 길에 모닥불이 있다면 순식간에 얼려 버릴 정도의 강력한 냉기를 뿜어냅니다.

 

'뫼르쾨'라는 이름은 카렐리야어 'mörkö'와 관련이 있으며, '으르렁거리다'라는 뜻의 핀란드어 동사 'möristä'에서 유래했거나 스웨덴어 'mörk'(어둡고 음침한)에서 차용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뫼르쾨'는 부기맨이나 무서운 상상 속의 괴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무민에 나오는 뫼르쾨



겉모습과는 달리, 뫼르쾨는 우정과 따뜻한 인간 관계를 간절히 바라고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험악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뫼르쾨에게 다가가지 않으며, 뫼르쾨 또한 다가가기를 망설입니다. 결국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한 뫼르쾨는 우울하고 차가운 외로움 속에서 산꼭대기 깊은 동굴에서 슬픔을 곱씹으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뫼르쾨가 서 있는 땅은 순식간에 얼음으로 얼어붙고,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차가운 기운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뫼르쾨는 빛과 따뜻함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지만,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얼리고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영원히 외로운 방황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뫼르쾨는 핀란드에서 매우 유명한 괴물이며, 스웨덴에서는 '모란(Mårran)'이라고 불립니다. 특히 핀란드의 유명한 캐릭터 '무민' 시리즈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모란'은 스웨덴어로 '으르렁거리다', 핀란드어로 '뫼르쾨'(부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민 시리즈에는 뫼르쾨와 비슷한 분위기의 캐릭터로 '그로크'가 있습니다. 그로크 역시 우울하고 외로운 존재이며, 끊임없이 따뜻함을 찾아다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주변을 얼려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민 동화에서는 산불이 났을 때 그로크가 무심코 불을 끄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무서운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오래된 핀란드 민속에서는 뫼르쾨와 유사한 존재가 매우 위험한 정령으로 여겨졌으며, 그 모습을 보는 것조차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얀손의 '무민' 시리즈에서 뫼르쾨는 외로움, 냉랭함,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그리고 우울함 등을 상징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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