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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천상 장군에서 돼지 요괴가 된 슬픈 사연 (feat. 항아 낭자)

by 오하81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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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미친듯이 마시는 저팔계

아이고, 답답해! 답답해! 이 억울한 저팔계가 오늘은 내 기막힌 과거사를 한번 털어놔 볼까 해. 지금은 다들 날 보고 먹을 거나 탐하는 돼지 요괴라고 흉보지만, 나도 한때 하늘에서 끗발 날리던 **천봉원수(天蓬元帥)**였다 이 말이야!

천상에서 돼지 요괴로! 저팔계의 억울한 변신 스토리

때는 바야흐로 내가 천상에서 10만 수군을 호령하던 시절… 얼마나 위풍당당했는지 몰라! 매일 진수성찬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시중을 들고, 옥황상제(玉皇上帝) 폐하의 총애까지 받았으니, 내 팔자가 얼마나 좋았겠어?

 

근데 그날따라 술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분위기에 취해서 그만… 달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항아(嫦娥) 낭자에게… 큼큼, 좋게 말하면 호감을 표시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뭐, 그랬다는 거지. 아,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하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어.

 

결과는 아주 참혹했지. 옥황상제 그 영감탱이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나를 인간계로 내쫓아 버린 거야! 그것까지는 참을 만했는데… 왜 하필 돼지 꼴로 태어나게 한 거냐고! 그것도 그냥 돼지가 아니라 흉측한 요괴 돼지라니! 이건 너무 심한 처벌 아니냐고!

 

그 후로 나는 **복릉산(福陵山)**이라는 험한 산속에서 외톨이로 살았어. 인간들은 나만 보면 기겁해서 도망가고, 맛있는 음식은 꿈도 못 꾸고. 배고프면 어쩔 수 없이 산짐승이라도 잡아먹었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지. 멋진 갑옷 대신 털북숭이 돼지털이라니… 거울 볼 때마다 얼마나 울적했는지 몰라.

 

그러던 어느 날, 자비로운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께서 나를 찾아오셨어. 내 딱한 사정을 들으시고는, 서쪽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삼장법사(三藏法師)**라는 스님을 도와 죄를 씻을 기회를 주시겠다는 거야. 돼지 꼴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야 뭔들 못 하겠어!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스님을 따라나섰지.

 

지금은 손오공 그 잔나비 녀석이랑, 묵묵한 사오정이랑 같이 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있어. 맛있는 건 죄다 그 녀석들만 먹고! 나는 맨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풀뿌리나 겨우 씹고 다니니… 내 팔자가 왜 이렇게 꼬인 건지!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천상으로 돌아가 맛있는 술과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꾹 참고 이 험난한 여정을 견뎌내야겠어.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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