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다크투어 TV’의 구독자 수는 48만 명. 나, 강진우는 이 바닥에서 꽤 잘나가는 축에 속했다. 폐병원, 흉가, 버려진 정신병원… 돈과 명예가 된다면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하지만 채널이 커질수록 시청자들의 역치는 높아졌고, 나는 더 강하고, 더 자극적이며, 더 ‘진짜’인 것을 찾아야만 했다.
“이번 주, 다크투어 TV는 대한민국을 벗어나 대륙으로 향합니다! 목적지는 중국 광저우, ‘자살 쇼핑몰’이라는 끔찍한 별명을 가진 곳, 리완 플라자입니다! 팔관 저주, 관 모양의 건물, 끊이지 않는 죽음의 행렬! 과연 그 저주는 진짜일까요? 저 강진우가, 여러분의 눈이 되어 그 실체를 파헤치고 오겠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음 행선지를 공표하자 채팅창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나는 현지 코디네이터를 수소문했고, ‘메이링’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소개받았다. 그녀는 리완 플라자 1층에서 옥을 파는 작은 가게의 주인이었다.
광저우 공항에 도착한 다음 날, 나는 약속 장소인 리완 플라자 앞에서 메이링을 만났다. 사진보다 앳된 얼굴의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그늘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진우 씨 맞으시죠? 전 메이링이에요.” “네, 반갑습니다. 와… 듣던 대로 어마어마하네요.”
내 눈앞에 서 있는 리완 플라자는 거대한 옥색 괴물 같았다. 유리와 화강암으로 지어진 현대적인 건물이지만, 전체적인 형태와 옥상에 늘어선 녹색 구조물들은 기묘한 위압감을 풍겼다. 낮 시간의 플라자 내부는 활기로 가득했다. 수많은 상점과 오가는 사람들, 특히 옥과 수정을 거래하는 상인들의 흥정 소리로 시끄러웠다.
“이곳이 정말 ‘그렇게’ 불린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내가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촬영하며 말하자, 메이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해요.”
그녀는 나를 자신의 가게로 안내했다. 자그마한 가게는 온갖 종류의 옥 공예품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차를 내오는 동안, 나는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팔관 저주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요. 가장 유명한 이야기라고 들었거든요.”
메이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창밖, 플라자의 중앙 홀을 내다보았다.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에요. 이 건물을 지을 때, 땅의 음기가 너무 강해서 유명한 풍수사를 불렀대요. 그 풍수사가 땅의 원혼들을 누르기 위해 빈 관 여덟 개를 묻고 그 위에 건물을 지으라고 했죠.”
“원혼들을 위한 집 같은 거군요?” “집이 아니에요. 감옥이죠. 하지만 빈 관은 채워지길 원하는 법… 그래서 저주가 시작된 거예요. 매년 한 명씩, 여덟 개의 관이 모두 찰 때까지 죽음이 계속될 거라는….”
나는 일부러 과장되게 웃어 보였다. “이야, 정말 영화 같은 스토리네요. 시청자들이 정말 좋아하겠어요. 건물 이름도 ‘시체 처리장’이랑 발음이 비슷하고, 위에서 보면 관 모양이라면서요?”
내 가벼운 태도에 메이링은 눈살을 찌푸렸다. “진우 씨에겐 그냥 흥미로운 이야기겠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현실이에요. 제 친구의 사촌도… 3년 전에 저 위에서….”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8층 높이의 거대한 중앙 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가게 진열대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자그마한 옥 비녀가 스르르 미끄러지더니, 바닥에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쨍그랑!
나와 메이링은 동시에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메이링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부주의하게 올려놨나 봐요.” 내가 서둘러 사과했지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옥은… 이유 없이 깨지지 않아요. 나쁜 기운을 막아주다가… 스스로를 희생한 거예요.”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닌, 뿌리 깊은 공포였다. 그날 밤, 나는 혼자 플라자에 잠입하기로 했다. 메이링은 ‘제발 그만두라’며 애원했지만, 깨진 옥 비녀 사건은 오히려 내 안의 오기를 부추겼다. 이건 대박의 징조다.
자정 무렵, 나는 미리 봐두었던 비상구를 통해 리완 플라자 안으로 들어섰다. 낮의 소란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건물은 칠흑 같은 어둠과 정적에 잠겨 있었다. 오직 비상등의 녹색 불빛만이 복도를 음산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헤드랜턴을 켜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자, 시청자 여러분. 드디어 약속의 시간이 왔습니다. 저는 지금 리완 플라자 내부에 들어와 있습니다. 와… 공기가 정말 차갑네요.”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떨며 1층 중앙 홀로 향했다. 셔터가 내려간 상점들은 마치 죽은 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석판처럼 보였다. 수많은 마네킹들은 어둠 속에서 기괴한 사람의 형상을 하고 나를 지켜보는 듯했다.
나는 시청자들에게 팔관 저주와 풍수 괴담을 다시 한번 설명하며 천천히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갔다. 삐걱, 삐걱. 멈춰선 에스컬레이터에서 나는 내 발소리가 거대한 관 속을 울리는 것처럼 섬뜩하게 들렸다.
3층에 다다랐을 때였다.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음? 무슨 소리죠, 여러분?” 나는 카메라를 그쪽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 소리인가…?” 그때,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방금 사람 그림자 지나가지 않았어요?
- 헐 저만 본 거 아니죠? 오른쪽 마네킹 뒤로…
- 소름… 지금 뒤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건 시청자들의 장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의 공기는 분명히 변해 있었다. 아까보다 훨씬 더 무겁고, 축축한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나는 5층, 추락 사고가 가장 잦았다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 홀을 내려다볼 수 있는 난간에 다가서자, 현기증과 함께 아래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묘한 충동이 일었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스팟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저 위, 7층 난간에 한 여자의 형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래된 스타일의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난간 바깥쪽에 위태롭게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 시청자 여러분, 저거… 보이십니까?”
내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연출이나 CG가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깊은 슬픔과 절망이 형체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채팅창은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아! 나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있어야 할 끔찍한 충돌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형체는 1층 바닥에 닿기 직전, 마치 연기처럼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온몸의 피가 식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도망쳐야 했다. 이곳은 진짜다. 저주는 진짜였다.
“흐… 흐으…”
어디선가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내 곁에서, 내 등 뒤에서, 내 머리 위에서. 사방에서 수많은 원혼들이 깨어난 것처럼 울음소리가 건물을 가득 메웠다. 나는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어디가 출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빛이 보이는 곳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상점의 유리창마다 방금 전 사라졌던 여자의 얼굴이, 그리고 다른 수많은 고통스러운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모두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이리 와. 너도 우리와 함께.’
나는 달리다가 발이 꼬여 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필사적으로 카메라를 다시 집어 들고 일어서려는데, 바로 앞의 검은 대리석 기둥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기둥에 비친 ‘나’는 겁에 질려 울부짖는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텅 빈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섬뜩하고 차가운 옥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는 혼비백산하여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고 나서야 내가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차마 확인할 수 없었다.
호텔 방에 들어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확인했다. 마지막에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다. 화면은 내가 넘어지면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대리석 기둥이 비쳤다. 영상 속 기둥에는 겁에 질린 내 얼굴만 있을 뿐, 내가 보았던 옥색 눈의 이질적인 존재는 없었다.
‘헛것을 본 건가….’
안도하려던 순간, 나는 영상의 한 부분을 발견하고 숨을 멈췄다. 내가 넘어지기 직전, 상점의 어두운 쇼윈도에 스쳐 지나간 내 얼굴. 그 찰나의 순간, 분명히 찍혀 있었다.
내 얼굴, 하지만 내 것이 아닌 표정.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기이하게 빛나는 한 쌍의 눈동자.
깊고 차가운, 옥색 눈물 자국 같은 빛.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장실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의 나는 지치고 겁에 질린 강진우였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온전한 내가 아니라는 것을. 내 안의 가장 깊은 곳, 영혼의 한 조각이 이미 그곳에 붙잡혔다는 것을.
리완 플라자의 여덟 번째 관은, 아직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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