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글에서는 유대 민속학의 골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골렘과 유사한 존재, 바로 강력한 바위 거인 흐룽그니르 (Hrungnir) 와 그의 곁을 지키는 거대한 골렘 모쿠르칼피 (Mokkurkalfi) 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흐룽그니르는 북유럽 신화의 요툰 (Jötunn), 즉 거인족 중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하나였으며, 결국에는 번개의 신 토르 (Þórr) 의 강력한 망치 묠니르 (Mjölnir) 에 의해 최후를 맞이합니다.
머리와 심장이 없는 거인, 흐룽그니르
흐룽그니르는 특이하게도 머리와 심장 없이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족들은 그의 몸을 단단한 돌로 채워 완성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엄청난 육체적 힘과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한 거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싸움을 매우 즐기고 좋아했기에 "싸움꾼"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토르에게 패배한 후, 그의 몸은 너무나 단단하고 무거워서 토르조차 그의 시신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흐룽그니르의 소지품으로는 돌로 만든 말과 그의 무기인 돌 숫돌 (whetstone) 이 유명합니다. 심지어 흐룽그니르의 심장과 머리 역시 그가 가진 돌과 동일한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의 사당에는 종종 방패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 방패 역시 그의 머리와 심장을 만든 돌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흙으로 빚어진 거대한 골렘, 모쿠르칼피
모쿠르칼피 (Mokkurkalfi) 는 흐룽그니르를 돕기 위해 서리 거인족 (Jötnar) 이 진흙과 돌로 빚어낸 거대한 인공 전사, 즉 골렘입니다. 그 크기는 무려 14km에 달하며, 몸의 폭은 4.8km에 이른다고 합니다. 몸 전체는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이하게도 암말에게서 가져온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무기는 없으며, 전반적으로 약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모쿠르칼피는 흐룽그니르가 토르와의 결투를 준비하는 동안, 토르를 위협하고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모케르칼피 (Mokerkialfi), 모케르칼페 (Mokkerkalfe), 모쿠르카플리르 (Mokkurkaflir)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오딘의 초대와 흐룽그니르의 난동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오딘 (Óðinn) 이 어느 날 길을 가던 중, 흐룽그니르가 미드가르드 (Miðgarðr) 왕국 주변을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에시르 신족의 왕인 오딘은 호기심에 바위 거인 흐룽그니르를 자신의 궁전인 아스가르드 (Ásgarðr) 로 초대했습니다. 오딘은 자신의 궁전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즐겁게 맞이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아스가르드 궁전에서 흐룽그니르는 에시르 신들과 함께 즐거운 연회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흐룽그니르는 점점 난폭해졌고, 에시르 신들의 단순한 농담에도 격분하여 그들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흐룽그니르의 술주정은 연회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렸고, 결국 토르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토르는 흐룽그니르의 행동이 파티에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하고 분노했습니다.
토르와 흐룽그니르의 격렬한 결투
분노한 토르는 그의 강력한 망치 묠니르를 높이 들어 흐룽그니르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습니다. 흐룽그니르 역시 자신의 무기인 돌 숫돌을 토르에게 던지며 맞섰지만, 묠니르의 강력한 힘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흐룽그니르의 두개골은 산산이 부서져 작은 조각들이 되었고, 결국 싸움에서 패배한 흐룽그니르는 쓰러져 요툰헤임으로 향하는 길 아래에 갇히게 됩니다. 이 싸움에서 토르 역시 흐룽그니르가 던진 숫돌 조각에 맞아 부상을 입었지만, 결국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한편, 흐룽그니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던 거대한 골렘 모쿠르칼피는 이 격렬한 전투의 위압감에 겁을 먹고 그 자리에서 무너져 버렸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흐룽그니르와의 싸움은 토르의 용맹함과 강력함을 보여주는 유명한 신화 중 하나입니다.
유대 민속학 속 신비한 존재, 골렘: 현대 판타지의 단골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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