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깊은 산 속 옹달샘 옆에 유난히 장난기 넘치는 뿔도깨비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뻥쟁이 뿔도깨비. 녀석은 뾰족한 뿔 두 개에 앙증맞은 꼬리를 달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귀여운 아기 여우나 앙증맞은 꽃송이로 변신해 사람들을 방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4월 1일만 되면 짓궂은 본색을 드러내 온 마을을 웃음바다로 만들곤 했죠.
뻥쟁이 뿔도깨비의 주특기는 바로 황당무계한 거짓말! 어느 해 만우절 아침, 녀석은 커다란 맷돌로 변신해 마을 어귀에 떡하니 앉아 "오늘부터 이 맷돌은 황금 쌀을 쏟아낼 거다!"라고 외쳤습니다. 반신반의하며 맷돌을 돌려본 마을 사람들은 쌀 대신 튀어나오는 엉뚱한 풀잎과 조약돌에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또 다른 해에는 커다란 감나무로 변신해 "내 감은 한 번 먹으면 하늘을 나는 신비한 맛이 난다!"라고 뽐냈습니다. 기대에 부풀어 감을 맛본 아이들은 시큼털털한 맛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그 또한 도깨비의 장난임을 알고 깔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뻥쟁이 뿔도깨비의 거짓말은 날이 갈수록 더 기상천외해졌습니다. "마을 뒷산에서 노래하는 호랑이가 나타났다!", "밤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떨어져 반짝이는 보석이 되었다!", 심지어는 "마을 촌장님 콧수염이 무지개색으로 변했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까지 퍼뜨렸습니다.
처음에는 도깨비의 짓궂은 장난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마을 사람들은 뻥쟁이 뿔도깨비의 만우절 장난에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4월 1일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올해는 또 어떤 엉뚱한 거짓말로 우리를 웃겨줄까?"라며 기대하는 눈빛으로 하루를 기다렸습니다.
심지어 몇몇 용감한 아이들은 뻥쟁이 뿔도깨비에게 역으로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도깨비가 "마을 우물에서 용이 승천했다!"라고 외치면, 아이들은 미리 준비한 커다란 뱀 인형을 우물가에 던져 놓고 "어이쿠, 정말이다!"라며 맞장구를 쳐 도깨비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뻥쟁이 뿔도깨비와 마을 사람들은 매년 만우절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유쾌한 장난을 치르며 특별한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도깨비의 엉뚱한 거짓말 덕분에 마을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서로를 더욱 가깝게 느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뻥쟁이 뿔도깨비는 더 이상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유쾌한 만우절 전통은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매년 4월 1일이 되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재미있는 거짓말을 건네고, 웃음과 장난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뻥쟁이 뿔도깨비의 익살스러운 영혼을 기린다고 합니다.
오늘, 당신의 곁에도 뻥쟁이 뿔도깨비의 장난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평소와 다른 달콤한 유혹이나 황당한 소식이 들려온다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전에 한번쯤 "혹시… 오늘, 만우절인가?"라고 되뇌어 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당신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며 뻥쟁이 뿔도깨비가 그림자 속에서 몰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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