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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그 만두 가게의 비밀

by 오하81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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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로 발령받은 지 3개월. 나는 낯선 도시의 습하고 더운 공기에 제법 익숙해졌다. 화려한 코타이 스트립의 불빛도 매력적이었지만, 나는 그보다 낡고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구시가지의 골목을 더 사랑했다. 특히 내가 사는 하사(Hac Sa) 해변 근처의 작은 아파트 주변은,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간직한 곳이었다.

 

나의 소소한 낙은 퇴근길에 동네의 작은 만두 가게에 들르는 것이었다. ‘복래반점(福來飯店)’. 간판의 칠은 벗겨지고 테이블은 고작 네 개뿐인 허름한 가게였지만, 주인 할아버지가 쪄내는 돼지고기 왕만두(차사오바오)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한입 베어 물면 터져 나오는 뜨거운 육즙과,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깊고 진한 고기소의 감칠맛. 나는 그 맛에 완전히 중독되었다.

 

“청년, 또 왔구먼.”

 

주름진 얼굴에 항상 희미한 미소를 띤 주인 할아버지는 말없이 만두 두 개를 찜기에서 꺼내주곤 했다. 그는 혼자 가게를 운영했다. 가족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깊게 팬 주름과 투박한 손마디에서 홀로 감내해 온 긴 세월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마카오의 괴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홍콩 출신인 ‘레이’가 섬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카오 하면 역시 ‘인육 만두’ 괴담이지. 80년대에 여기서 실제로 일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이 있었어. ‘팔선반점’이라고….”

 

그는 범인이 도박 빚 때문에 일가족 10명을 죽인 뒤, 시신 처리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문을 덧붙였다.

 

“사람들은 범인이 시체를 전부 다져서 만두소로 만들어 팔아버렸다고 믿고 있어. 그 가게 단골들은 자기도 모르게 인육을 먹은 셈이지. 끔찍하지 않아? 그 팔선반점이 있던 곳이 바로 자네가 사는 하사 해변 근처야.”

 

순간, 나의 등 뒤로 차가운 것이 흘렀다. 웃어넘기려 했지만, 머릿속에서 복래반점의 진한 육즙을 품은 만두가 떠올랐다. 아니야, 그저 낡은 괴담일 뿐이다. 할아버지의 인자한 미소와 끔찍한 괴담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복래반점의 만두는 여전히 맛있었지만, 한입 베어 물 때마다 레이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고 진한 맛.’ 그 맛의 비결은 대체 뭘까? 나는 왜 이 가게에서 다른 손님을 마주친 적이 거의 없을까? 할아버지는 어디서 고기를 떼어오는 걸까?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잠식했다. 어느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창밖을 보았다. 복래반점의 주방에 희미한 불이 켜져 있었다. 벌써 재료 준비를 하시나? 그런데 그때, 둔탁하고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마치 무겁고 커다란 무언가를 도마 위에서 내리찍는 소리. 새벽까지 이어진 그 소리는 그날따라 유난히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며칠 뒤, 마카오에 대형 태풍이 상륙했다. 도시 전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나는 아파트에 틀어박혀 창밖을 때리는 맹렬한 비바람을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파트 전체가 흔들리며 전기가 나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빗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가득한데, 그 소음의 틈을 비집고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쿵…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다급한 소리. 이 미친 폭풍우 속에서, 할아버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과 공포가 나를 집 밖으로 이끌었다. 나는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비바람을 뚫고 복래반점의 뒷문으로 향했다. 낡은 나무 문이 강풍에 못 이겨 살짝 열려 있었다. 삐걱거리는 문틈으로,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역겨운 냄새가 새어 나왔다.

 

나는 숨을 참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둠 속, 할아버지는 웃통을 벗은 채 커다란 중식도를 들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거대한 도마가 있었고, 그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붉은 ‘고기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미친 듯이 칼을 내리찍고 있었다.

 

그 순간, 강한 바람이 불며 가게의 천막 조각이 날아갔고, 희미한 달빛이 주방 안을 비췄다. 그리고 나는 보고 말았다.

도마 옆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며칠 전 실종되었다는 신문 기사에서 보았던 관광객의 것과 똑같은 하와이안 셔츠를. 그리고 할아버지가 내리찍던 그 ‘고기’ 위에서, 미처 잘려나가지 않은 인간의 손가락 하나를.

 

쿵.

나를 처다보는 식당 주인

할아버지의 칼질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틈의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인자한 미소가 없었다. 굶주린 짐승의 공허하고 번들거리는 눈빛만이 존재했다. 그가 피 묻은 중식도를 고쳐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폭풍우 소리보다 더 섬뜩하게 내 귓전을 파고들었다.

 

“청년… 마침 잘 왔네. 오늘 고기가 아주 좋아… 자네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로 남겨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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