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세계 어느 도시든, 그 어두운 밤 이면에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는 으스스한 도시 전설이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가장 유명하고 섬뜩한 괴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이징 375번 버스' 실종 사건입니다. 늦은 밤, 텅 빈 도로를 달리던 마지막 버스에서 일어난 이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부터 그날 밤, 마지막 375번 버스의 문이 열리면서 시작된 비극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야기의 시작: 11월의 마지막 버스
시간은 1990년대 어느 해, 11월의 몹시 추운 겨울밤이었습니다. 베이징 원명원(圆明园) 버스 종점에서 출발하여 외곽의 **향산(香山)**으로 향하는 375번 막차 버스는 텅 빈 채로 어두운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운전기사와 여성 안내양, 그리고 승객은 단 두 명, 한 노인과 젊은 청년뿐이었습니다.
고요하던 버스가 한 정류장에 멈추자, 스산한 밤공기와 함께 세 명의 승객이 더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은 어딘가 매우 기이했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청나라 시대의 관복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은 병적으로 창백하고 표정이 없었습니다. 더욱 이상한 점은, 가운데 있던 한 사람은 걷지 못하는 듯 양쪽 두 사람에게 부축을 받은 채 질질 끌리듯 버스에 올라탔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버스 안의 공기는 급격히 차가워졌고, 승객들은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과 오싹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의문의 소동과 강제 하차
버스 안의 분위기가 점점 스산해질 무렵, 앞자리에 앉아 있던 노인이 갑자기 뒤에 앉은 젊은이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놈! 네가 내 지갑을 훔쳤지!"
젊은이는 영문도 모른 채 펄쩍 뛰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노인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는 젊은이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흔들며, 당장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경찰서로 가자고 윽박질렀습니다. 다른 승객들은 이 갑작스러운 소동에 어리둥절했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습니다. 결국, 노인은 씩씩거리며 젊은이를 버스에서 거의 끌어내다시피 했습니다.
노인의 충격적인 고백
버스에서 억지로 내리게 된 젊은이는 분을 참지 못하고 노인에게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전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요!"
그러자 노인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젊은이, 내가 아니었으면 자네는 오늘 밤 죽었을 걸세."
노인의 충격적인 말에 젊은이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까 버스에 탔던 그 세 사람은... 사람이 아니었어. 그들이 부축하던 가운데 사람은 이미 죽어 있었고, 내가 슬쩍 보니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옷자락이 날리는데... 다리가 없더군."
노인은 버스에 탄 직후부터 그들의 정체를 눈치챘고, 젊은이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소동을 피워 함께 버스에서 내렸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라진 버스와 핏빛 미스터리
다음 날 아침, 베이징의 신문과 방송은 간밤에 375번 막차 버스가 운전기사, 여성 안내양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고, 실종된 지 며칠 후, 마침내 375번 버스는 베이징 시내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외딴 미윈(密云) 저수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버스 안에서는 운전기사와 안내양, 그리고 신원 불명의 시신 한 구(혹은 부패가 심한 시신 세 구)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중국 최고의 괴담으로 만든 것은 바로 마지막 소문이었습니다. 버스를 조사하던 경찰은 매우 기이하고 끔찍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버스의 연료 탱크 안에는 휘발유가 아닌, 마치 사람의 피처럼 검붉고 진득한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후 세부적인 내용이 조금씩 바뀌는 여러 변형된 형태로 중국 전역에 퍼져나가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가장 유명하고 섬뜩한 도시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전설의 이면: 진실과 변형
'베이징 375번 버스' 이야기는 과연 실화일까요? 대부분의 도시 전설이 그렇듯, 이 이야기 역시 명확한 사실로 입증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사건 기록이나 당시 뉴스 보도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창작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그토록 오랫동안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내면의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상적인 상황,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피로 가득 찬 연료 탱크'라는 충격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결합되어 완벽한 공포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결론: 밤의 도로를 떠도는 도시의 공포
베이징 375번 버스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을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잠재적인 불안과 미지에 대한 공포가 응축된 도시의 신화입니다. 그날 밤, 노인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버스에 남아 있었을 젊은이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사라진 버스는 정말 핏빛 연료로 밤의 도로를 달렸던 것일까요?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겠지만, 이 섬뜩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밤의 도로 위를 떠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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