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은 완벽한 휴가를 꿈꿨다. 나와 내 오랜 친구 지훈,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수아. 11월의 늦가을, 우리는 '웬디고의 수도'라는 으스스한 별명이 붙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캐노라(Kenora) 근처의 숲으로 캠핑을 떠났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원시적인 자연을 만끽하자는, 지금 생각하면 저주받을 계획이었다.
첫날 밤은 완벽했다. 타닥거리는 모닥불, 밤하늘을 수놓은 별, 따뜻한 커피. 우리는 완벽한 고립을 즐겼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둘째 날, 이상한 일들이 시작되었다. 분명 완벽하게 펼쳐놓은 텐트의 끈이 밤사이 누군가 잡아당긴 듯 팽팽해져 있었고, 숲 깊은 곳에서 마른 나뭇가지가 '우두둑'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지훈이는 "그냥 동물이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소리는 동물의 무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묵직했다.
그날 오후, 식량이 사라졌다. 우리가 사흘 동안 먹으려고 아껴두었던 육포와 통조림의 절반이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우리 사이엔 이미 차가운 불신의 벽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진짜 공포가 찾아왔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암흑 마법으로 날씨를 조종하는 것처럼, 맹렬한 바람이 텐트를 찢을 듯이 울부짖었다. 바로 그때였다. 바람 소리 사이로 기이한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쉬이이이이익... 쉬이이이이익..."
마치 거대한 뱀이 숨을 내쉬는 듯한 그 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그때, 텐트 천 위로 길고 앙상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나무처럼 거대한 그림자였다.
아침이 되자 눈은 그쳤지만, 우리의 공포는 더욱 커졌다. 텐트 주변에는 거대한 발자국들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이 파인 자리마다, 섬뜩하게도 검붉은 피가 고여 있었다.
그때부터 지훈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극심한 식욕 부진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면서도, 남은 식량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러면서도 계속 배고프다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퀭해졌고, 피부는 창백하고 누렇게 뜨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내 친구 지훈이가 아니었다. 그는... 굶주린 무언가였다.
어느 순간, 지훈은 수아를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입술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입가에서 길고 누런 송곳니가 언뜻 비쳤다.
소름이 끼친 나는 수아를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날 밤, 철수를 준비하는데 숲 속에서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이이이익..."
이번엔 바로 우리 등 뒤였다. 나와 수아가 겁에 질려 돌아본 순간, 우리는 얼어붙고 말았다.
나무들 사이, 달빛을 등지고 거대한 형체가 서 있었다. 뼈대만 남은 듯 앙상한 몸, 찢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난 들쭉날쭉한 이빨,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두 개의 눈. 그것은 인간보다 몇 배는 큰, 얼음과 죽음으로 만들어진 악몽, 웬디고 그 자체였다. 괴물은 너무나도 굶주려 보였지만, 그 앙상한 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괴물은 우리를 향해 끔찍하게 긴 혀를 날름거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훈이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지훈이 아니었다. 그의 몸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고, 눈은 웬디고처럼 탐욕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웬디고는 그를 잡아먹는 대신, 또 다른 웬디고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민준아... 배고파..."
지훈의 입에서 나온 것은 목소리가 아닌, 굶주림에 찬 영혼의 절규였다. 그는 우리를 '음식'으로 보고 있었다.
그날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구조대에 의해 발견되었다. 수아와 지훈은... 실종 처리되었다. 나는 괴물에 대해, 웬디고에 대해 미친 듯이 외쳤지만, 사람들은 내가 혹한 속에서 정신병, '웬디고 정신병'을 앓게 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숲에는 무언가 살고 있다는 것을. 인육에 대한 끝없는 탐욕으로 저주받은 채, 자신의 영토를 영원히 떠도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가끔 나 자신에게서 그 흔적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겨울밤, 혼자 있을 때면 뼛속까지 시린 허기가 찾아온다. 거울을 보면 내 눈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것 같고, 귓가에는 아직도 그날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쉬이이이이익..."
그것은 숲의 속삭임인가, 아니면 내 영혼 깊은 곳에서 깨어나고 있는 또 다른 웬디고의 속삭임인가.
굶주림과 탐욕의 화신, 웬디고(Wendigo): 북미 원주민 전설 속 공포의 존재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괴물은 미국 미네소타의 북쪽 숲과 오대호 지역, 캐나다 중부 지역의 숲에 사는 웬디고라는 사악한 존재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윈디고(Windigo), 위티고(Wit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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