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크를 다스리는 영웅왕 길가메쉬는 그 용맹함과 지혜로 온 땅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의 위대한 명성은 아름다운 여신 이슈타르의 귀에도 닿았고, 이슈타르는 인간 영웅 길가메쉬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어느 날, 이슈타르는 화려한 모습으로 길가메쉬 앞에 나타나 사랑을 고백했다.
"길가메쉬, 그대와 함께 영원한 사랑을 나누고 싶소. 나와 결혼하여 신들의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자."
그러나 길가메쉬는 이슈타르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는 이슈타르가 과거에 수많은 연인들을 비극으로 몰아넣었던 변덕스럽고 질투심 많은 여신임을 알고 있었다. 길가메쉬는 냉정하게 이슈타르의 제안을 거절하며 말했다.
"이슈타르 여신이여, 당신의 사랑은 달콤하지만 너무나 위험합니다. 당신의 변덕스러움은 수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었소. 나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 없습니다."
길가메쉬의 단호한 거절에 이슈타르는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여신으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그녀는 복수를 다짐하며 하늘의 신이자 아버지인 아누에게 달려갔다.
"아버지, 길가메쉬가 저를 모욕했습니다! 그 오만한 인간을 벌해주십시오! 하늘 황소를 우루크로 보내 도시를 파괴하고 길가메쉬에게 고통을 주십시오!"
이슈타르의 간청에 아누는 망설였다. 하늘 황소는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엄청난 괴력을 지닌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의 격렬한 울음과 끈질긴 설득에 아누는 결국 마음을 약하게 먹고 하늘 황소를 창조하여 우루크로 보냈다.
하늘 황소가 우루크에 나타나자 대지는 진동하고 하늘은 어두워졌다. 황소의 울음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고, 숨결은 뜨거운 화염처럼 도시를 덮쳤다. 땅은 갈라지고 건물은 무너져 내렸으며, 강물은 말라붙고 샘은 멈춰 섰다. 우루크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하고, 백성들은 공포에 질려 쓰러졌다.
도시가 멸망 직전에 놓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영웅왕 길가메쉬는 백성들을 버려둘 수 없었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용맹한 전사 엔키두에게 도움을 청했다. "엔키두, 우리 함께 하늘 황소에 맞서 싸우자! 이대로 도시를 멸망하게 둘 수는 없다!"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무기를 들고 용감하게 하늘 황소에게 달려들었다. 괴물의 맹렬한 공격에 맞서 두 영웅은 온 힘을 다해 싸웠다. 길가메쉬는 날카로운 칼날로 황소의 뿔 사이를 노렸고, 엔키두는 거대한 덩치로 황소의 다리를 붙잡아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격렬한 전투 끝에, 마침내 길가메쉬는 기회를 틈타 칼을 높이 들어 하늘 황소의 심장을 꿰뚫었다. 괴물은 굉음을 내며 쓰러졌고, 우루크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하늘 황소를 처치한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절망에 빠졌던 백성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었다. 영웅들의 용맹함과 굳건한 우정은 우루크를 파멸의 위기에서 구원했고, 길가메쉬의 이름은 영원히 역사 속에 빛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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