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할매 귀신 괴담 - 인천 심야 택시
늦은 밤,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택시에 올라탔다. 3월의 인천 밤공기는 차갑고 눅눅했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가로등 불빛만이 간헐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라디오에서는 낡은 팝송이 흘러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운전기사의 쉰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피곤함에 멍했던 정신이 그제야 조금 돌아왔다. "송도… 요." 목적지를 말하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택시는 한적한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인적은 드물었고,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쳤다.
갑자기 택시가 급정거했다. 몸이 쏠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앞을 보니, 웬 할머니 한 분이 도로 한복판에 서 있었다. 검은색 롱코트에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었다. 밤이라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죄송합니다, 손님. 갑자기 사람이…"
운전기사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며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는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택시 쪽으로 걸어왔다. 그 움직임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관절이 굳은 시체처럼 뻣뻣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택시 옆에 멈춰 섰다. 검은 모자 아래로 희끗한 머리카락이 삐져나와 있었고, 코트 깃 안쪽으로는 검은 선글라스가 언뜻 보였다. 섬뜩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저… 할머니, 괜찮으세요?"
운전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적만이 맴돌았다.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때, 할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선글라스 너머로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가야…"
할머니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목소리는 쩍쩍 갈라지는 쉰 목소리였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예뻐…?"
귓가에 섬뜩하게 울리는 질문.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홍콩 할매 귀신…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반은 인간, 반은 고양이… 비행기 추락 사고… 수많은 괴담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운전기사는 겁에 질린 듯 굳어 있었다. 나 역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대답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입은 바짝 말라붙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다시 한번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홍콩… 같이 갈래…?"
질문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할머니는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낼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 해야만 한다.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지만,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떠오르는 단어 하나.
홍콩.
침묵을 깨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외쳤다.
"… 홍콩!"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의 몸이 푸쉬, 하고 터지는 풍선처럼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진 것이다. 검은 망토 조각만이 바닥에 덩그러니 남았다.
택시 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운전기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바람 소리만이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다.
그날 이후, 밤늦게 택시를 타는 것이 두려워졌다.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만 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인천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등 뒤에서 쉰 목소리가 속삭이는 듯한 환청에 시달리곤 한다.
"아가야… 홍콩… 같이…"
핏빛 선글라스 너머, 홍콩 할매 귀신은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침묵만이 살길. 혹시라도 어둠 속에서 그녀와 마주친다면, 부디 잊지 마시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말고, 조용히… 홍콩, 이라고 속삭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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