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벳티스 묘지의 개: 펨브로크셔의 어둠을 지키는 존재
웨일즈의 남서쪽 끝자락, 거친 해안선과 푸른 초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펨브로크셔 지역에는 유난히 오싹하고도 매혹적인 전설 하나가 전해 내려옵니다. 바로 '레이디 벳티스 묘지의 개(The Hound of Lady Betty's Grave)'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마비노기온의 영웅담이나 아서 왕의 기사도 이야기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펨브로크셔의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회자되며 어둠이 내린 밤, 묘지를 지나는 이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웨일즈 지역 설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레이디 벳티와 그녀의 충직한 반려견
전설의 주인공인 레이디 벳티는 정확히 어떤 인물이었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불분명해졌습니다. 혹자는 부유하고 권세 있는 귀족 부인이었다고 하고, 혹자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여인이었다고도 합니다. 그녀의 생전에 대한 이야기는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은 그녀가 특별한 애정을 쏟았던 검은 개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개는 주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충직했으며,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랐다고 합니다. 레이디 벳티가 죽음을 맞이한 후, 이 충직한 개는 주인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묘지를 지키는 초자연적 수호견의 등장
이야기의 핵심은 레이디 벳티가 묻힌 묘지에서 시작됩니다. 그녀의 시신이 안치된 후, 사람들은 밤마다 묘지 주변에서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두 눈, 짐승의 낮은 으르렁거림, 그리고 어떤 존재가 묘지 위를 배회하는 듯한 형체. 그것은 바로 레이디 벳티스 묘지의 개, 레이디 벳티의 충직했던 검은 개의 유령, 혹은 그 개 자체의 변모한 모습이라고 사람들은 수군거렸습니다. 이는 웨일즈 신화에 종종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설이 만들어낸 공포와 경외
이 검은 개는 보통의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눈에서는 살아있는 불꽃이 타올랐고, 그 몸집은 일반적인 개보다 훨씬 거대했으며, 그 털은 밤하늘보다도 깊고 검었습니다. 이 개는 레이디 벳티의 묘지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고, 무덤에 접근하는 모든 것을 경계했습니다. 특히 무덤을 훼손하거나 도굴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에게는 가차 없는 응징을 가했습니다. 개의 울음소리는 천둥처럼 강력했고, 그 발톱과 이빨은 강철처럼 단단했다고 전해집니다. 펨브로크셔 전설 중에서도 유난히 공포스러운 부분으로 남아있습니다.
레이디 벳티스 묘지 주변은 곧 사람들이 피하는 금기 구역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밤에 그곳을 지나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낮에도 묘지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이들은 레이디 벳티의 개 이야기를 들으며 밤에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고, 어른들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다양한 해석으로 전해지는 개의 정체
이 전설에는 몇 가지 다른 해석이나 덧붙여진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레이디 벳티 자신이 마녀였으며, 죽어서도 자신의 묘지를 지키기 위해 키우던 개에게 저주를 걸어 수호자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레이디 벳티가 생전에 무언가 소중한 보물을 묘지에 함께 묻었으며, 개는 그 보물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고도 합니다. 심지어는 개 자체가 레이디 벳티의 영혼이 깃든 존재, 혹은 그녀의 강력한 의지가 형상화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는 웨일즈 민담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괴담을 넘어선 의미
이 전설이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충성심이라는 긍정적인 가치가 죽음을 초월하여 이어진다는 낭만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동시에 인간의 욕심(도굴)에 대한 경고와, 알려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특정 장소에 깃든 신비로운 기운에 대한 외경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펨브로크셔의 어둠을 지키는 존재로서 검은 개 전설은 여러 겹의 의미를 지닙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살아있는 이야기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레이디 벳티스 묘지는 실제로 존재했는지, 아니면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곳인지조차 불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펨브로크셔의 구전 설화 속에서 검은 개는 여전히 레이디 벳티의 마지막 안식처를 지키는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어둠이 깔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는 밤, 펨브로크셔의 외딴 지역에서는 아직도 저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레이디 벳티스 묘지의 개 전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웨일즈 신화의 거대한 흐름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력이 빚어낸 흥미로운 한 조각으로서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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